또랑깡대 혹은 또랑광대란 말이 근간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여 세인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작년 과천마당극제에서 한꼭지를 맡아 진행해온 소리꾼들이 그들이었으며 전주산조예술제에서 펼쳐졌던 한마당의 주인공들이 그들이다.
또랑광대란 무엇인가.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포장된 하수도 문화가 없었던 우리 옛동네에는 길따라 이어진 또랑이 있었다. 또랑광대란 그 또랑에서나 소리하고 노는 광대라는 다분히 비하적인 의미가 담긴 말이었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득음에 이르려는 소리꾼의 집념이 있음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러나 일찌기 판소리를 정리한 신재효 선생은 진정한 소리꾼에게는 득음뿐만아니라 인물치레, 사설치레, 득음 그리고 너름새가 필요하다고 했다. 물론 관객 앞에 서는 모든 소리꾼에게 위 네 가지는 어떤 형태로든 발현된다. 그렇지만 현재 부르고 있는 판소리 다섯바탕에는 무엇인가 부족하거나 넘치는 요소들이 존재한다.
넘치는 것은 사설치레고 부족한 것은 너름새이다. 그 이유는 단정할 수 없겠지만 현대의 판소리가 득음에 치중하여 여타 요소들을 충분히 소화해내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먼저 사설치레가 넘치는 이유는 현재 정리된 판소리 다섯바탕의 사설이 일반인이 들어 바로 이해할 수 없는 어려운 한자어 투성이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판소리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이미 줄거리를 잘 알고 있기에 소릿대목의 정서와 맛을 충분히 즐길 수 있겠으나 많은 경우 특히나 젊은층에게는 낯설기만 한 것이 현실이다.
부족하다고 말한 너름새 부분은 다름아닌 소리꾼의 동작이라고 말하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판소리는 일인놀이 방식의 소리예술이다. 게다가 반주라야 고수 한명이 소리북을 치는 것에 불과하다. 그래서 소리판에는 고수 뿐만 아니라 구경꾼의 적극적인 추임새가 어울어져야 잘된 소리판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이다.
그렇게 관객의 추임새를 이끌어내는 것은 소리꾼의 절창이지만 절창 다음으로 소리를 시각적으로 뒷받침하는 너름새(발림)가 주요하다. 이 때문에 소리를 배울 때는 너름새도 배우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이 너름새부분이 무척이나 축소되고 소극적이 됐다는 평가가 일반이다.
현재의 또랑깡대는 앞서 검토한 소리의 사설과 너름새를 적극적으로 현대화하는 작업을 하는 사람을 뜻한다. 사설을 일반인이 알아들을수 있도록 현대어법을 사용하며, 너름새 역시 사설의 희노애락을 최대한 담아내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한국인치고 판소리 눈대목 몇가지를 부르지는 못해도 흥얼거리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최근 들어 산조의 분발에 힘입어 기악부분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우리 민족 구성원들이 기본적으로 즐겼던 것은 노래였다. 그 때문이라도 판소리는 문화전통의 핵심에 위치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의 전통문화가 박물관의 유물이 아닌 살아있는 문화로서 현재성을 담보하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한 부분이다. 신재효 선생이 정리하였던 12바탕의 판소리 중 이미 일곱은 사라지고 겨우 다섯바탕만 이어지고 있다. 7천만 민족이 향유하는 판소리가 겨우 다섯바탕뿐이라는 것은 아쉬움을 갖게 한다.
우리는 판소리의 잃어버린 일곱바탕을 다시 찾아내 살리는 일도 해야겠지만 동시에 새로운 판소리 유형을 창조해내야 하는 임무도 가지고 있다. 또랑깡대는 바로 이것을 담당하는 사람들이다. 물론 또랑깡대는 소위 말하는 현재 판소리 대가의 전통적인 법통으로서 인정받고 있지 않다.
그러나 판소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판소리 현재화 작업을 하면서 새롭게 조명하는 것이 바로 또랑깡대인 것이다. 이들 중에는 물론 판소리를 십여 년 이상 공부하고 있는 전통 전수자들이 많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 대목이 또랑깡대의 생명력과 그 의미를 밝히는 부분이 될 것이다.
매주 일요일 오후 인사동 거리에서 벌어지는 거리소리판이나 지인들끼리의 술자리에서 즉흥적으로 한소리 잡아제끼는 모습들도 모두 또랑깡대의 모습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야 말로 대중과 함께 어울러진 진정한 문화의 본질이 아니겠는가.
[공연 일시] 2004년 4월 ~ 10월 매주 일요일 오후 4시
[공연 장소] 운현궁 노랑당
[관람료] 무료
또랑깡대 혹은 또랑광대란 말이 근간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여 세인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작년 과천마당극제에서 한꼭지를 맡아 진행해온 소리꾼들이 그들이었으며 전주산조예술제에서 펼쳐졌던 한마당의 주인공들이 그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