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공간이 말하는 이야기
이분법의 경계에서 즐기는 모호한 게임
평면에서 펄럭이는 공간의 움직임과 그 안의 우매한 인간 군상
무얼까 이 낯선 느낌은? 전시실에 들어서자 일상적 사물들이 내뿜는 낯선 기운에 멈칫한다. 우리가 알던 푸른 잔디, 초록빛 나무, 각자의 다채로운 색을 갖고 있던 자연들이 한 가지 색상으로 통일되어 감정 없이 매끄러운 평면을 이룬다. 평면 속에 박제된 듯한 그들의 움직임의 흔적에서 공간을 만들고 움직임을 상상한다. 그리고 움직임은 그만의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한다.
서울 신문로 성곡 미술관에서 2009년 첫 번째‘내일의 작가’로 선정된 송명진의 ‘fishing on the flat’展이 3월 6일부터 4월 5일까지 열린다. 성곡 미술관에서 해마다 시행하고 있는 ‘내일의 작가전’은 참신한 신진 작가를 발굴, 지원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홍익대 회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송명진은 2004년 송은미술대상전 우수상을 수상한데 이어 2005년 금호미술관 영아티스트로 선정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다양한 매체들이 활발히 이용되고 있는 오늘날 미술계에서 줄곧 밀도 있는 회화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작가는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치러오며 끊임없이 고유의 작품 세계를 탐구해 왔다.
그녀의 신작이 다수 포함된 이번 전시는 식물/동물, 자연/인공, 평면/입체, 움직임/정지 등 경계에 놓여있는 모든 요소들이 조화롭게 구성되어 그 현란한 변화가 극치에 이르렀다. 이제 그녀 나름대로의 상징적 체계가 그 폭과 깊이를 한층 더하여 우리를 오묘한 상징의 숲 한가운데로 인도해주는 것 같다. “회화나 미술사의 역사를 살펴보면 추상성과 구상성이 번갈아 가면서 대두되고 유행하게 되는데, 한 작가의 작업의 역사에 있어서도 전체 회화사가 어느 정도 재연된다고 생각됩니다.
인간이 배고프면 먹고, 먹고 나면 배설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또 그 주기가 인간마다 크게 다르지 않은 것처럼, 구상과 추상의 욕구, 내부의 내러티브와 외부의 형식..등 상반된 것들 중에 어느 것이 득세하고 과잉일 때 또 다른 것의 욕구가 표면화 되는 것처럼요..” 라고 그녀는 말한다. 두 욕구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해 오던 그녀가 이번 전시에서 선택한 해결책은 이 두 가지의 상반된 개념들의 경계에 서서 모호한 게임을 즐기는 것이다.
[전시 일시] 2009년 3월 6일(금) ~ 4월 5일(일)
[전시 장소] 성곡미술관 2관
[문의] 02)737-765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