五色(오색)과 五美(오미)를 갖춘 맛의 우주론,
김치
한국인의 식단에 반드시 오르는 음식이 하나 있는데, 이것이 김치다. 기본이 되는 배추와 무, 양파, 고춧가루, 마늘 등 땅에서 기른 재료와 바다의 새우, 멸치 등을 삭힌 젓갈을 버무려 익혀 먹는 김치는 한국의 오랜 저장식품이다
배추를 날것으로 요리하면 샐러드가 되고, 불에 익히면 수프가 되는 것이며, 삭혀 먹으면 김치가 되는 것이다. 그 맛은 샐러드와 같은 자연의 맛이나 수프와 같은 문명의 맛이 아닌 자연과 문명이 조화된 통합의 맛, 제3의 새로운 맛이다.
김치의 맛과 우수성은 이미 세계적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김치를 처음 먹는 사람들은 맵고 짠맛만을 강하게 느끼지만, 한두 번 먹다보면 발효되는 과정에서 맵고 짠맛은 누그러지고 신맛이 나타나며, 무와 설탕 등의 양념이 우려내는 달고 시원한 맛을 경험하게 된다. 또한 김치에는 각종 비타민은 물론 단백질, 아미노산, 각종 섬유소 등 영양분이 풍부하고, 살아 있는 유산균이 많아 변비에 좋으며 항암효과가 있는 것으로도 이미 학계의 인정을 받았다. 또한 식욕 증진과 노화 방지에도 그 효능이 탁월하다고 전해진다.
김치는 가장 즐겨 먹는 배추김치 외에도 총각무를 배추 대신 재료로 만든 총각김치, 무를 사각형 모양으로 잘게 썰어 만든 깍두기, 오이를 주재료로 사용하는 오이소백이, 국물을 만들고 그 안에 갖가지 채소를 담가 먹는 물김치 등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또한 김치를 더 맛있게 먹으려거든 김치에 두부를 싸서 먹거나, 김치와 삶은 돼지고기, 새우젓 등을 곁들여 먹는 ‘보쌈김치’를 식당에서 주문하면 된다.
김치는 단순한 요리가 아니다. 한국인이 오랜 세월 살아오며 자녀에게 대물림한 손맛이 깃들어 있으며, 넉넉한 기다림의 여유를 아는 한국인의 지혜가 담긴 맛을 경험하는 음식이다. 만약, 한국에 와서 김치를 먹게 된다면 그 맛의 환상을 천천히 음미하길 바란다. 또한 오랜 세월 한국인이 간직해온 자연과 인간이 하나되는 우주의 신비를 느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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