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으로 키운 자연의 미 - 분재
힘과 선, 공간의 균형미, 생명체의 약동미, 구상에서 추상에의 상징미, 연륜에서 역사의 시간성과 더불어 고전적인 격조를 맛볼 수 있는, 즉 나무와 화분과 공간의 조화가 이루는 종합예술이 바로 분재이다.
분재란
자연의 초목을 화분에 재배하여 아름다운 자연의 일부를 표현하는 예술의 한 장르이다. 다시 말해 자연을 잃지 않으면서 극히 자연스럽게 자연경관을 창작하는 조형예술인 것이다. 자연미가 살아있는 화분 속의 꽃과 잎과 나무를 감상할 수 있는 분재는 반드시 자연경관의 이상과 개성이 살아있어야만 한다.
분재의 역사
분재는 중국 당나라 때 장회태자묘(章懷太子墓)의 벽화에 그려진 것으로 미루어 8세기 이전부터 성행하였음을 알 수 있다.
한국에는 어느 때에 중국에서 분재가 들어 왔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현재까지 발굴된 것을 기초로 살펴보면, 고려 시대 분재가 선비들 사이에 널리 가꾸어져 왔음을 알 수 있다.
대개의 문화가 중국으로부터 들어와 한국을 통해 일본에 건너갔듯이 분재도 우리 나라를 거쳐 일본으로 건너 갔으리라 추측된다. 현재 일본은 분재가 굉장히 발달되어 있으며 일본에 의해 세계 각국으로 퍼져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아르헨티나, 오스트리아, 호주 등 여러 나라에서 유행하고 있다.
분재 감상요령
분재는 인간과 자연이 하나가 되어 이루어지는 생명예술이다. 그러므로 분재를 감상하려는 사람은 자기 마음을 비우고 흔들리는 이파리와 휘어진 가지에서 오랜 세월을 견디어온 나무와 기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허리를 굽혀 아래에서 위로, 전체에서 부분으로 살펴봐야 바르게 감상할 수 있다.
▶분재는 전체 모습이 뛰어나야 좋은 작품이다. 즉, 인위적인 흔적이 없고, 전체적으로 조화와 균형을 이루며 기른 사람의 개성이 드러나야 하는 것이다.
▶분재를 감상하려는 사람은 예의를 지켜야 한다.
[손대지 말 것] 사람의 손이 자주 가면 나무도 피곤하여 아름다움을 쉬이 잃는다.
[가격을 묻지 말 것] 아름다움은 가격으로 환산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자.
[함부로 비판하지 말 것] 같은 사람도 마음의 상태에 따라 보는 눈이 달라진다.
분재의 종류
[상화 분재]
화려한 꽃을 감상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한다. 예) 매화, 사쯔기, 명자 등
[상과 분재]
꽃보다는 열매를 감상하는데 중점을 둔다. 예) 애기사과, 모과, 낙상홍 등
[상엽 분재]
잎을 감상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한다. 가을의 단풍과 겨울의 나목이 아름답다.예) 단풍, 당단풍, 소사 등
[송백 분재]
사철 푸르름을 강조하는 상록분재라 할 수 있다. 예) 육송, 해송, 진백, 두송 등
[죽류 분재]
말그대로 대나무를 말한다. 예) 오죽, 해장죽, 동백죽 등
분재의 수형 (모양)
[직간]
줄기가 곧게 자란 형태의 나무이다. 사방으로 가지가 뻗어 있고 위로 올라 갈수록 줄기가 가늘어 지면서 나무의 연륜이 표현되어야한다. 호쾌, 웅장, 장엄, 중후한 수형으로서 분재의 기본이다.
[곡간]
나무에 천연의 곡선이 들어있는 형태이다. 자연적인 나무라고 할 수 있으며 예술적인 표현이 잘 나타난다. 가지는 전후좌우로 잘 배치되어 있어야 하며 직간이 남성적이라고 한다면, 곡간은 여성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사간]
곧은 줄기가 한쪽으로 쓰러진 형태가 아니라 줄기가 외부의 압력에 의해 굴곡이 생기면서 한쪽으로 기운 형태이다. 사간은 동적이고 불안정한 수형으로, 가지의 장단 변화가 있고 해변가나 비탈진 산등성이에서 볼 수 있다.
[현애]
바위나 언덕에 매달리듯 붙어 줄기가 아래로 늘어진 수형이다. 안정된 뿌리뻗음이 중요하고 줄기의 형태가 아름다운 곡선을 이루는 것이 좋다. 수심이 뿌리 부분까지 오는 경우를 반현애라고 부른다.
[문인목]
동양화의 문인화에서 인용해온 말로써 풍류와 아취가 있는 수형이다. 위에 가지가 배열되어 있고 줄기가 가늘고 단아한 느낌이 들어야 한다. 분재를 오래 할수록 문인목을 좋아하게 된다는 말이 있다.
[쌍간]
한 그루의 수목이 밑둥치에서 두 갈래로 갈라져 자란 형태이다. 큰줄기를 주간이라하고 작은 줄기를 종간이라한다. 주간과 종간의 고저에 차이에 따라 부부간, 부자간, 형제간으로 나눌 수 있다.
[주립]
한 그루의 뿌리에서 여러 개의 줄기가 자란 형태이다. 줄기의 수는 홀수를 이상형으로 하고 줄기의 굵기가 잘 어울려 있으며, 전체적인 부드러움과 원근감을 나타낼수 있어야 한다.
[모아심기]
같은 종류의 수목을 여러나무 모아서 한 분에 심어 독립된 숲을 연상하도록 만든 형태이다. 모아심기에 있어서 주의 할 점은 안정감이 있어야하고, 변화와 조화가 필요하다. 또한 고저장단과 명암이 분명해야 한다.
[연근]
길게 옆으로 뻗은 굵은 뿌리에서 여러 개의 줄기가 서 있는 수형이다. 연근으로 잘 어울리는 수종은 명자나무, 섬잣나무, 진백, 화살나무 등이 있다.
[분갈이]
분갈이는 수종에 따라 매년, 또는 2∼3년에 한 번씩 하게 되는데 분갈이는 대개 3월말∼4월, 혹은 5월 초순까지 할 수 있다. 그리고 가을에는 9월∼10월 초순까지를 분갈이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서울 지방은 겨울 추위로 관리가 어려우므로 되도록 분갈이를 피하는 것이 좋다.
[분갈이의 목적]
분재는 한정된 분 속에서 가꾸어지기 때문에 나무의 종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몇년이 경과하면 뿌리가 분 속에 꽉 차서 뿌리가 뻗어나갈 여지가 없어져 활성을 잃고, 딱딱하게 되어 배수가 잘 안되어서 나무가 쇠약진다. 나무가 잘 자라게 하기 위해서는 긴 뿌리는 잘라주고 묵은 분토는 새 분토로 갈아 주어 나무의 신진대사를 도와주어야 한다.
[분갈이의 요령]
분갈이를 할 분은 하루 정도 물을 주지 않고 분토를 말려 놓는다. 분토가 젖어 있으면 흙이 잘 떨어지지 않고, 엉켜있는 뿌리도 정리하기 힘들며 잔뿌리를 상하게 하기 쉽다.
[분갈이 작업 순서]
분 가장자리를 주먹으로 두세 번 두들겨 뿌리 채 나무를 뽑아 놓는다. 흙과 뿌리를 꼬챙이로 털고 훑어 내리는데 잔뿌리가 상하지 않도록 주의하여 엉킨 뿌리를 빗질하듯 훑어 내리고, 썩은 뿌리는 모두 잘라낸 후 긴 뿌리는 약 1/3∼1/2 정도 잘라준다. 나무 종류에 따라 분갈이 작업이 조금씩 다르다.
소나무류는 흙과 뿌리를 전체의 1/3 정도만 없애주고, 다른 나무는 전체의 1/3∼1/2 까지 없애 준다. 특히 왜철쭉은 잔뿌리가 많이 나기 때문에 묵은 흙은 물로 깨끗이 씻어 낸다. 이렇게 뿌리가 정리되었으면 분올림과 같은 방법으로 심는다.
상과 분재나 상화 분재는 중간 흙을 넣기 전에 인산 성분의 비료인 골분을 분 가장자리에 넣고 심어주면 매우 좋다. 소품 분재는 분갈이 후 대야나 물통에 물을 담고 그 속에 분을 담갔다가 꺼내는 방법을 써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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