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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가구의 으뜸 - 소반

소반 위에 두어가지 반찬과 멀건 국이 전부였던 조촐한 점심상. 밥을 먹고 대충 상을 치운 후 그 소반은 공부하는 책상이 되기도 했다. 오래되어 칠이 벗겨지고 귀퉁이가 떨어져 나갔지만 그 시절, 나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했던 소반. 빛바랜 추억을 나르면서 세월을 견뎌내고 있는 그것.

소반이란?

소반은 음식을 먹기 위한 한국 전래의 평좌식 식탁의 총칭이다. 상(床, 狀)이라고 하면 소반 교자상 젯상 책상류에 속하는 것들을 통칭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소반을 지칭한다.
수십년 혹은 수백년의 긴 시간이 흐르고 생활의 규모와 제도는 바뀌었지만 지난 시대의 사상과 생활 모습을 오래도록 간직하여 한국의 전통과 문화를 일깨워 주는 선조들의 유품 가운데 소반은 상당히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옛날에는 소반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신분과 용도에 따라 소반의 격식과 규격에 엄격한 차이가 있었다.
소반에는 옻칠을 하는 것이 상례로 되어 있지만 주칠(朱漆)만은 왕실에 제한되었고, 반대로 미천한 신분의 서민층에서는 옻칠조차 못한 채 사용했었다.

한국인의 전통적인 밥상 차림은 1인 1반이지만, 왕을 비롯한 특수 신분층에서는 한 사람앞에 두세 개의 소반이 진설(陳設)되었다. 서민들 사이에서는 한 개의 상에서 둘 혹은 그 이상의 사람이 둘러앉아 음식을 먹었다. 곧 음식이 차려지는 소반의 크기라든가 다과에 의하여 신분상의 존귀함과 접객에 있어서는 예의가 표시되며, 한 가정에 대소의 소반을 얼마나 많이 비치하느냐가 대가(大家)의 규모를 가늠하는 것이기도 하였다.

소반의 특성

조선시대에 이르러 주거 공간이 평좌식의 새 역할을 하는 온돌방 구조로 정착되면서 집안에서 쓰이는 여러 가지 가재 도구도 앉아서 생활하는 데 적합한 형태로 바뀌게 되었다. 따라서 입식 생활을 하는 중국이나 서양의 가재 도구와는 달리 독자적인 특징을 갖추게 되는데 소반이야말로 평좌식 주거공간에 알맞은 규격의 대표적인 용구이다.

소반은 사회 규범과 신분 질서가 엄격하여 사랑채, 안채, 행랑채로 구분되었던 생활 공간에서 운반이 손쉬운 형태의 규모와 구조로 제작된 생활 용품이고 모든 계층이 널리 사용하였던 만큼 그 종류와 형태도 매우 다양하게 발달하였다. 소반은 기본적으로 바닥에 앉아서 식사하기에 적당한 높이의 다리와 식기를 받치는 상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운반을 위한 기능이 중시된 도구라는 점이 가장 큰 구조적 특성이다.

소반의 기능과 구조

보통 민가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소반의 크기는 그 너비가 50센티미터 내외이다. 이 너비는 한 사람이 소반을 받쳐 들고 부엌에서 마당을 지나 대청을 오르고 그곳을 건너 안방이나 사랑방으로 옮겨가는 데 과다한 힘을 쓰지 않도록 계산된 크기이다.
곧 보통 성인의 어깨 넓이를 넘지 않으며 양팔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생활의 경험과 지혜가 표출해 낸 수치인 것이다. 높이도 25∼30센티미터 내외로서 몸을 심하게 구부리지 않고 팔을 움직이는 데도 불편함이 없다.

물론 용도에 따라 소반의 규격은 다양해진다. 다상이나 술, 약, 과일, 과자를 위한 소상은 규격이 작으며, 두명이나 세명 정도 둘러앉거나 돌상과 같은 특별한 상인 두레반의 경우처럼 넓이가 넓은 것도 있다. 그러나 모두 운반하기 쉬운 규격을 벗어나지 않는다.

이처럼 운반을 위한 도구, 더우기 무게가 묵직한 유기나 도자기를 얹어 날라야하는 기능 때문에 소반은 구조적으로도 특징이 있다. 곧 소반을 만드는 재목은 가벼우면서도 튼튼한 은행나무, 가래나무, 피나무, 오동나무, 소나무 등이 선택되었고 무게를 지탱하기 위하여 목재의 연결 부분을 지혜로운 짜임으로 튼튼하게 짜맞추었기 때문에 가는 다리가 무거운 반을 지탱할 수 있는 역학적 구조가 채택되었다.

운반 기능을 위하여는 기물을 놓는 천판이 밖으로 나와 별도의 손잡이 없이 양손으로 잡을수 있도록 설계하고 무게를 받치는 다리는 구조적으로 튼튼하게 하되 시각적으로 안정감을 주고 유려함을 가하기 위해 운각을 끼웠다. 소반은 이와 같은 기능을 위한 고안 외에 장식을 위하여도 여러가지 방법을 사용하였다.

소반에 쓰인 나무

조선시대 가구가 모두 그러하듯이 소반의 용재도 각 부위에 따라 그 기능에 맞는 적절한 성질의 목재를 가려 써서 그 지혜로움과 경제성이 우리를 놀라게 한다. 판재로는 통판을 주로 선택하는데 그 판이 뒤틀리지 않고 가며우며 나뭇결이 고운 은행나무, 호도나무, 배나무, 괴목, 피나무, 가래나무 등이 쓰였다.
은행나무는 넓은 판재를 얻을 수 있고 잘 갈라지지 않으며 가볍고 탄력이 있어 옻칠을 한 행자반을 상품으로 꼽았다.

격재는 힘을 받아야 하므로 무게를 견디어 낼수 있는 튼튼한 나무를 골라썼다. 다리용재로는 소나무, 횡목, 단풍나무, 버드나무를 썼고, 운각에는 부러지지 않고 잘 휘어지는 조선 소나무, 버드나무가 주로 쓰였다.

이 용재를 살펴보면 지방에 따라 차이가 있다. 소반의 지방적 특색은 형태만이 아니라 재료에서도 찾을 수 있는데 소반은 어느 가정에서나 필요한 필수적 용구이므로 각 지방이나 마을의 전문적인 소반들이 그 지방에서 구하기 쉬운 나무를 썼기 때문이다.

서울과 중부 지방은 은행나무 판을 상품으로 애용하였고 다음으로 괴목을 많이 썼다. 호남 지방은 은행나무 판에 버드나무 다리를 맞춘 상을 으뜸으로 쳤고 다음으론 소나무 판을 많이 쓰고 있다. 영남 지방은 포구나무판이나 규목반을 썼다.

판재로 소반을 짠 황해도 해주반은 가래나무를 많이 썼고 배나무, 은행나무도 썼다. 해주에서 간서 지방으로 올라갈수록 가래나무를 상품으로 쳤다. 강원도나 함경도 산골에서는 간산 지방에서 쉽게 구할수 있고 재질이 물러서 가공하기 쉬운 피나무를 주로 썼다. 또 별반이나 서울을 중심한 지역의 두레반의 판각재로는 가볍고 광택이 없는 오동나무가 이용되기도 하였다.



한국을 대표하는 소반 3
좁은 방에서 좌식생활을 했던 한국민들의 생활풍속과 직접적인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소반이다. 질이 곱게 든 반들반들한 광택, 자그마한 형태, 매끈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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