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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깊이를 담은 바람 - 접부채

옛날 우리네 어머니가 파리, 모기 쫓아가며 어린 자식들을 잠재우던 부채. 한여름에 무더위는 물론 답답한 가슴 속까지 시원하게 부쳐주었던 옛날 부채가 그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 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부채의 옛 멋과 함께 부채와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

뼛속까지 시원하게 해주는 선풍기와 에어컨 덕분에 한여름에도 더위 걱정 없이 사는 요즘 사람들. 요즘같이 잘 발달된 냉방시설이 없었던 옛날에도 사람들은 이 지겨운 한여름 무더위를 지혜롭게 이겨냈다.
대나무를 깎아서 만든 합죽선(접부채)이 더위를 시원하게 쫓아 내주었던 것이다. 부채란 것이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간편하고 단순한 물건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 제작과정은 참으로 복잡하고 꼼꼼하지 그지 없다.

처음 대나무를 고르는 작업부터 마지막으로 고리를 만들어 붙일 때까지 무려 30여 과정 이상을 거쳐야 비로소 완성된 부채 하나가 탄생하는 것이다.
부채만 50년째 만들어온 부채장이 이기동 옹은 합죽선이 원래 일곱사람 손을 거쳐야 하나가 나올 정도로 귀한 것이라고 한다. 그만큼 귀하고 중요한 물건이라는 뜻일게고, 그 가치를 사람들은 모르고 허투루 대한다는 뜻일게다.

부채를 잘 만들기 위해서는 처음 대나무부터 잘 골라야 하는데 대나무는 1년생 이상으로 서리를 맞은 대로 골라야 한다. 이렇게 고른 대나무를 부채 크게이 맞춰 자른 뒤, 잿물에 삶아낸다. 그리고 15일 정도 볕에 바래도록 놔두었다가 색깔이 뽀애지면 또 다시 일주일 정도 물에 담가 300도 이상 끓는 물에 말랑말랑해질때까지 삶아낸 뒤, 칼로 얇게 저며내는 것이다.

부채 하나에 무려 일흔여섯개의 살을 깎은 뒤 또 다시 서른여덟개의 살을 만들고 그림을 그려 넣는 등, 눈부신 탄생을 하기까지 하나의 부채가 겪어야 하는 인고의 과정은 실로 눈물겹다. 과정이 복잡한 만큼 줄, 칼, 사포, 톱, 자귀, 낫칼, 인두, 망치 등등 부채를 만들 때 필요한 도구도 꽤나 많다.

합죽선은 전라북도 전주 것이 유명한데 그 역사가 820년이 넘는다. 다른 지역에서 나오는 합죽선도 전주에서 검사를 맡은 후에야 진상할 수 있었으며, 오월 단오 때 임금님이 신하들이나 외국사신들한테 이 합죽선을 선사품으로 내렸다고 하니 그 성질이 꽤나 깊고 기품있었을 것임은 틀림없다.

부채장인 이기동 옹 063-285-3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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