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위에는 의외로 매니아들이 많다. 영화나 만화, 게임 매니아들은 매니아 중에서도 대중성이 강한 편에 속한다. 골프를 비롯한 마라톤, 스키 등 스포츠 종목에도 매니아가 많기로 유명하다. 특정 브랜드를 고집하는 브랜드 매니아도 부쩍 늘어나고 있다.
매니아들의 활성화는 경제에도 숨통을 트여준다. 소수 매니아를 대상으로 하는 아이템은 비교적 경기를 타지 않는 안정된 시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국내 최초의 인터넷 영화 사이트 마구리는 지난해 7월 유료화를 실시했는데 영화 매니아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컨텐츠 덕분에 50만명이 넘는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매니아들은 어떤 분야든 매니아가 되려면 돈이 드는 것은 사실이나 많을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매니아의 첫 번째 자질은 남보다 열심히 그 분야에 대해 공부하는 자세이다. 공부하다 보면 굳이 돈이 없어도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게다가 매니아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땀을 흘린다. 몇 달 동안 아르바이트한 돈으로 과감히 자취방에 고성능 오디오 세트를 들여놓는 고학생,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요리학원에 다니는 직장인도 있다.
일반인들이 접할 수 있는 문화의 영역이 다양해지면서 매니아 집단이 형성되는 분야와 장르도 다양해지고 있다. 버려지는 토끼를 위해 기부금까지 모으는 토끼매니아들, 샘플로만 생활한다는 샘플매니아, 교복에 어울리는 스타킹, 교복을 예쁘게 입는 법에 대한 토론을 벌이는 교복매니아들도 있다. 흑백 남자사진 만을 모으거나, 신기한 모양의 피임기구를 수집하는 등 의 특이한 취향의 사람들까지도 하나 둘 씩 모여들어 모임을 형성하고 있다.
매니아 집단이 본격 등장하게 된 것은 1990년대의 탈정치적 분위기와 문화 소비력의 확대 등에 기인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공동체문화에 대한 무관심이 개인적인 관심사에 열정과 돈을 쏟아 붓게 했다는 것.
PC통신과 인터넷의 확산도 큰 역할을 했다. 전문적인 수준의 정보가 다양한 매체를 통해 놀라운 속도로 전달되는 데다, 사이버 공간에서 어렵지 않게 동료들을 마나 정보를 교환하고 '동지의식'을 키워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사람들과 정보를 접할 기회가 늘어나면서 좋은 직업을 가지고 성공하는 등 판에 박힌 목표에서 벗어나 관심과 기호가 다양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때문에 '무엇을 좋아하는가'를 발견해 자아를 확립하고 온라인 동호회등을 통해 '관심의 공동체'를 형성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개성'과 '전문성'을 중요시하는 밀레니엄 시대의 특성상 다양한 취미에 천착하는 '매니아' 집단은 더욱 다양화, 세분화하며 세를 늘려갈 것이라는 것이 대다수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