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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묵화] 윤여환 수묵展 <사유하는 갈대>

사색의 마른 풀을 뜯는 염소와
정적의 새, 바람에 서걱이는 갈대의 이미지
- 고단한 삶의 여정, 존재론적 번민 표현해



윤여환의 그림은 새나 짐승을 소재로 한 그림들을 그 범주로 하는 영모화(翎毛畵)에 속한다. 짐승들 중에서도 염소를 소재로 한 그의 그림은 염소의 터럭 한 올 한 올을 낱낱이 그려내는 묘사에 바탕을 둔 실재감과, 이에 따른 살아 있는 듯한 생동감이 특징이다. 더불어 염소그림 외에도 일종의 자동기술법에 의한 문자조형으로 범주화할 수 있는 「묵시찬가」 연작이 있다.

이처럼 윤여환의 그림에 나타난 염소는 마치 손에 잡힐 듯한 실재감과 생동감에도 불구하고 그것 자체만을 드러내고 있지는 않다. 대신, 「사유문자」에서 「사유하는 몸짓」으로 그리고 재차 근작에서의 「사유하는 갈대」로 연이어진 주제에서 보듯이 염소는 사유를 대리하는 상징의 한 형태로 주어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사유의 속성을 밝히는 것이 작가의 전작(全作)을 관통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까 원래 비감각적인 사유에다가 어떻게 감각적인 형태를 부여할 것인가, 사유를 어떻게 형상화할 수 있는가 라는 문제의식이 바탕에 깔려 있으며, 염소는 다름 아닌 그 사유를 표상하기 위해서 도입된 것이다.

그러므로 작가의 염소 그림은 단순한 동물화 이상의, 우의화와 의인화의 한 형식으로 그려진 것이다. 즉 그 염소는 인간의 삶의 모습을 대리하고, 인간의 삶의 속성을 대리한다. 이렇듯 작가의 그림은 현대 한국화에서 그 맥이 끊어지다시피 한 동물화의 전통을 이어받고 있는 한편, 동물에 빗대어 인간의 삶의 모습을 풍자한 전통 민화의 전례마저 계승하고 있는 것이다. 동물을 소재로 한 전통 민화가 그 속에 풍자를 간직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작가의 염소그림 역시 대상에 대한 단순한 감각적 모사를 넘어, 현실 참여적인 일면을 그 속에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염소인가. 작가의 그림에서 염소가 사유를 상징하게 된 가장 결정적인 배경으로는 아마도 염소의 뿔과 눈이 갖는 특이한 인상에 착안한 것 같다. 여기서 뿔은 말할 것도 없이 관(冠)을, 순수한 사유를, 고고한 정신을 암시한다. 그리고 설핏 보기에 그 초점을 잃은 듯한, 무엇을 쳐다보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염소의 가로로 뉘어진 눈동자는 흔히 둥근 눈동자를 한 여타의 동물들의 눈과, 그리고 특히 세로로 서 있어서 날카롭게 보이는 고양이의 눈과는 뚜렷하게 구별된다. 여기서 그 초점을 잃은 듯한 염소의 눈동자는 사실은 먼 곳, 현실 저편의 아득한 곳, 인간의 시야가 미치지 못하는 곳, 인간의 인식으로는 헤아릴 수 없는 곳, 자기 내면을 응시하고 있는 것 같다.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게로 되돌려지는 사유의 자기 반성적인 속성을, 회귀적이고 회향적인 본성을 암시하고 있는 것 같다.   

이처럼 윤여환의 그림은 외관상 극사실주의의 기법과 방법으로 그려진 것이지만, 실은 그 이면에 대상에 대한 단순한 감각적 모사를 넘어서는 여러 다중적이고 복합적인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나아가 작가 자신이 이러한 사실적인 외관을 사유의 본질을 전달하는 효과적인 장치로서 사용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는 흑백으로 그려진 모노톤의 화면과도 무관하지 않다. 즉 모노톤의 화면은 실제를 어느 정도 추상화하는 면이 있으며, 이는 그대로 감각적 대상을 모사하기보다는 사유의 상징성을 강조하려는 작가의 태도와도 통하는 것이다.

- 고충환

제시된 그림은 ; 윤여환_사유하는 갈대_장지에 수묵_60.6×72.7cm_2004
윤여환_사유하는 갈대_장지에 수묵_60.6×72.7cm_2004


[전시 일시] 2004년 10월 28일 ~ 11월 3일
[전시 장소] 대전 롯데백화점 8층 롯데화랑
[문의] 042_601_2827

2004-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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