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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찾아 가는 길 - 전국의 장승

전국에는 아직 남아 있는 장승들의 모습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서민들의 애환과 염원이 서려 있는 장승을 만나러 가보자.
 
전국 여러 곳에서 다양한 모습의 장승들을 만날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전라남도의 돌장승들은, 드넓은 평야를 가진 곳답게 막강한 경제력을 배경으로 조성된 장승들이어서 여느 곳보다 뛰어난 조형성을 자랑한다.
또한 장승들이 대개가 소담한 절집이거나, 한적한 농촌마을의 들목에 서 있기에 풍상의 세월을 살아오면서도 가식과 위선에 물들지 않은 우리 민중의 역사를 되새겨 볼 수 있다.
장승 답사는 남도의 산과 들을 찾는 답사라 다소 지루할지 모르나 주변에 있는 문화유적을 함께 돌아보면 남도의 참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다.

가수리 목장승과 솟대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마을로 들어오면 길 양쪽으로 구부정하게 몸을 구부린 장승을 만날 수 있다.
누가 오나 누가 가나 지켜보는 것 같은 표정의 두 장승을 지나 더 들어 가면 가수마을이 나오고 마을 앞에 솟대들이 높직하게 서 있다.
마을에서는 이것을 짐대라 부른다. 이 마을에서는 대보름 때 장승에 술을 올리고 굿을 친다.

남해고속도로 옥과IC에서 29번 국도를 따라 가수리 목장승과 솟대, 화순 벽나리 민불, 운주사, 나주 불회사, 운흥사터 돌장승, 나주 돌당간, 함평 고막다리를 답사하고 목포를 거쳐 2번 국도를 따라 무안 총지사터 돌장승, 법천사 장승, 영암 도갑사, 쌍계사터 돌장승, 장흥 보림사, 관산 방촌리 장승, 득량 해평리 장승을 거쳐 가면 된다.

경기도 광주의 장승

민간신앙의 상징물이자 민족 심성의 조형물이었던 장승. 이제는 신앙성이 옅어지면서 점차 소멸해가고 있다.
그런데 서울에서 차로 한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경기도 광주군 일대, 43번 국도에서 멀지 않은 9개 마을 11곳에는 장승 전승이 살아 있다.

이 일대 장승 유적의 기본형은 2년마다 음력 2월 초에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 나무장승과 새를 만들어 장대 위에 앉힌 솟대를 함께 세우는 것이다. 나무는 썩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다시 세운다.

광주의 장승들 가운데 엄미리와 무갑리 장승은 전국적으로 이름이 높다.
엄미리는 유래가 선명하고 잘 생겼다는 점에서, 무갑리는 신앙성과 장승제의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손꼽힌다.

남한산성 후문 아랫마을인 엄미리에서는 병자호란 때 죽은 장수들의 원혼이 마을에 해코지를 해, 그 영혼을 달래고 마을의 안녕을 빌기 위해 장승을 처음 세웠다고 전해져 온다. 3백50년 가까운 역사를 짐작할 수 있다.

가장 오래된 장승으로 연대가 확인된 전북 부안군 부안읍 서외리 서문안 돌장승(1689년) 과 시기가 비슷하다.
외모도 미끈해 나무장승으로는 조형성이 가장 뛰어나다고 안팎의 인정을 받고 있다.

무갑리 장승의 '영험'은 지금도 마을 사람들이 철석같이 믿고 있다.
2년마다 음력 2월 초에 지내는 고창굿(장승제)날이 잡히면 부정을 가리는데, 이 기간에 아이를 때린다거나 욕하고 싸움을 하면 장승할아버지가 벌을 내려 사람 몸이 굳어지거나 변고가 생긴다고 주민들은 믿는다.

고창굿 날에는 사람이 죽어도 그대로 두고 날이 바뀌기를 기다릴 정도다.
장승제 다음날에는 온 마을이 집집마다 음식을 장만해 모여 동네잔치를 벌이는데 이웃 마을 사람들도 찾아와 함께 즐기고 복을 나눠 간다.

이처럼 장승의 주된 소임은 온 마을이 함께 어우러지는 대동(大同) 정신의 중심이자 마을 지킴이이며 부수적으로 이정표 구실도 했다.

장승의 유래에 대해서는 학설이 구구하지만 오늘날과 같은 사람 형상의 장승이 나타난 것은 17세기 후반으로 보는 것이 통설이다. 그러나 농촌공동체의 급격한 변모 속에 그 전승력이 급격히 쇠약해져 이제 장승의 내일을 기약하기 어렵게 됐다.

광주의 장승들은 서울을 벗어나 조금만 나가면 의외다 싶게 가까운 곳에, 대도시 이웃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시골 풍경 속에서 홀로 사는 노인처럼 사람이 그립다는 표정으로 우리를 기다리며 서 있다.
2001-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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