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63빌딩에서 열렸던 서울 국제요리대회에서 아이스카빙 부분 금메달을 수상했던 김갑진씨(32). 88년 정우양행 얼음조각 사업부에서부터 시작한 아이스카빙 인생이 드디어 열매를 맺는 순간이었다.
김씨의 얼음조각 인생은 친구따라 놀러간 데서 결정됐다. 고3 때 친구를 따라 정우양행에서 일하는 친구 삼촌의 일터를 방문했던 김씨는 대형 얼음을 이리저리 깍아내 예술품으로 승화시키는 모습을 보고 아이스카빙이란 직업에 매료됐다. 즉시 친구 삼촌에게 부탁해 고3 때부터 정우양행에서 일하며 아이스카빙을 배웠다.
지금은 단 한시간이면 호랑이, 독수리 등 마술사처럼 커다란 조형물들을 척척 만들어내지만 처음엔 얼음을 자기고 평평하게 맞추는 것도 못했다. 얼음 다 쳐낸다고 친구 삼촌에게 혼도 많이 나고 대충이나마 조각도 들고 '깍는다'란 일을 시작하는 데만 1년 이상 걸렸다고 한다.
그는 이제 명실공히 웨스턴조선호텔의 얼음조각 담당자다. 전국얼음조각대회, 국제요리대회 등에서 여러 차례 수상했으며 96년 중국에서 열린 제 10회 국제얼음조각대회에서는 특별상도 받았다. 그 때서야 비로소 자신도 세계적인 인물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요즘 그의 이름은 꽤 알려져 여러 곳에서 러브콜을 받는다. 그가 일주일에 깍는 얼음 조각 수만해도 15개정도. 고려대 행사면 호랑이를, 연세대 행사면 독수리를 멋들어지게 깍고, 회갑연이면 장수를 상징하는 봉황, 돌잔치에는 아기천사 등 행사 성격에 따라 단순 고형체의 얼음이 한시간 정도의 그의 손을 거치면 순식간에 각양각색의 형상으로 둔갑한다.
이젠 여러 얼음조각을 붙여서 만드는 대형작품을 하고 싶다는 그.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계
속 새로운 작품세계에 대한 열정을 불태운다. 마치 몇 시간 지가고 나면 다시 무로 돌아가버리는 아이스카빙이라는 독특한 예술품에 대한 미련 때문인지 그는 오늘도 순간의 창조를 위해 그의 온 정열을 쏟아 붓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