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듭'이라 하면 노리개, 주머니 등에 장식되어 있는 선들의 미학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어쩐지 멀게만 느껴지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그것은 우리의 생활이 이제는 매듭과는 멀어졌기 때문이다. 옛 여인이라면 옷을 짓고, 매듭으로 단추를 만들고, 장식물을 만드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지만 청바지, 티셔츠와 같은 기성복이 범람하고 한복은 고작 명절에나 한 두 번 입는 정도이니 매듭의 중요성이나 그 실용성이 잊혀지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그러나 매듭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끈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과 단단한 멋에 감탄을 자아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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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무형문화재 제13호로 지정된 김은영 씨. 그녀가 매듭을 처음 시작하게 된 것은 우연히 매듭을 소개한 신문기사를 보게 되면서부터이다. 부친인 고 김광균시인의 영향으로 이화여대 미대에서 실내장식을 공부한 그는 교수가 되겠다는 꿈으로 유학을 준비하고 있던 중 남편을 만나 유학을 포기, 결혼을 준비하게 되고 약혼기간 동안 배울 요량으로 은사인 중요무형문화제 제22호 김희진 선생을 만나 선생의 제1기 제자가 되었다.
그러나 종갓집 맏며느리, 어머니, 아내라는 3가지 역할을 동시에 해내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녀가 본격적인 매듭 작업에 들어가게 된 것은 세 번째 아이를 출산한 직후부터. 사람은 늘 공부하여야 한다는 아버님의 말씀과 스스로의 공부에 대한 욕심은 그를 엄마와 아내에서 매듭장인이라는 역할에 새로이 도전케 했다.
매듭 작업이라 하면 쉽게 끈으로 형태를 만들어 조이는 것이 전부라 생각하지만 실제 매듭 작업은 비단실을 염색하고 염색한 실로 끈목(다회多繪)을 만든 다음에 그것을 엮어 형태를 만드는 모든 과정을 말한다. 특히 실을 꼬아 다회를 만드는 작업은 여간의 시간과 정성, 힘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35년 경력의 그녀도 가마에 장식하는 매듭을 작업할 적엔 한 달 동안 팔을 사용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하니 그 고단함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다섯 차례에 걸쳐 전승공예전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그녀는 96년 서울무형문화재로 지정을 받은 이후 자신의 작품활동보다는 제자양성에 힘쓰고 있다. 무형문화재로 선정된 까닭은 후진양성에 힘쓰라는 채찍질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성균관대학, 한국 전통 건축 공예학교 등에서 후학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그녀.
그녀가 제자를 가르칠 때 늘 빼놓지 않는 말이 있다. 매듭을 생활과 연결되어 작업하라는 것. 자신이 매듭을 배울 적에야 취미생활로, 그저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배웠지만 요즘 시대에는 매듭을 생활에 응용하고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분야로 개발하여 매듭을 실생활과 좀 더 가깝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 이것이 곧 매듭이 단지 유물과 같은 전통이 아니라 살아있는 우리문화와 전통이 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그녀 역시 자신의 작품을 만들 때 귀걸이, 목걸이, 반지 등과 같이 현대적으로 응용 가능한 것을 주로 연구하고 작업한다.
나이 40줄에 대학원공부까지 마친 그녀. 한시도 공부와 연구, 매듭을 잊지 않고 자신을 부지런히 움직이게 하는 노력. 그녀의 매듭이 아름다운 까닭은 이런 그녀의 매듭에 대한 진지함과 열정 때문일 것이다.
[김은영 약력]
1942년 서울출생
1960년 경기여자중고등학교 졸업
1964년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생활미술과 졸업 B.F.A
1975년 매듭전수 교육 이수
1989년 서울여자 대학교 미술대학 공예학과 졸업 M.F.A
1984~93년 한국 매듭 연구회 부회장 역임
1996년 서울무형문화재 13호 매듭장 지정
2000년 전승공예대전 운영위원
2001년 청주공예 비엔날레 국제 공모전 심사위원
현재 성균관 대학교 궁중복식 연구원, 한국 전통 건축 공예학교 교수, 한국민속 박물관회 부회장, 서울시 문화재 보존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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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11-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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