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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의 향기, 그 명맥을 잇는 박록담 씨

박록담 씨는 시를 쓰는 시인이자 13년간 국내 전통주와 가양주(家釀酒)에 대한 현장조사와 발굴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전통주 연구가이다. 그가 재현한 전통 가양주는 무려 150여 종에 이른다. 지금은 한국전통주 연구소 전통주 교실인 '록담 문화센터'에서 술 빚는 향기 그윽이 풍기며 전통주 연구 후학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의 노력은 단지 '사라진 술맛 찾기' 이상이다. 그것은 '새로운 전통 가꾸기'가 아니겠는가.
우리 선조들에게 있어 술이란 장처럼 그렇게 집에서 정성들여 빚는 음식의 하나였다. 집마다 독특한 맛과 향을 뽐내던 우리네 전통주는 일제시대와 함께 퇴색되고 만다. 1909년 조선통감부가 주세(酒稅)를 신설, 자가 양조를 전면 금지시키고 허가받은 양조장에서만 술을 제조하도록 한 것. 이후 밀주 단속 강화로 모든 주류가 약주, 탁주, 소주로 획일화되면서 우리의 다양한 전통주는 사장되기에 이른다. 해방이후에도 뾰족한 전통주 발전대책 없이 계속된 주세행정은 95년 법개정 전까지 전통주의 향기를 오랜 세월 틀어막아 버렸다.

"옛부터 우리 조상들은 집에서 각각 저마다 향과 맛이 다른 술을 빚어왔어요. 식물의 꽃이나 열매, 잎, 줄기를 넣어 술을 빚음으로써 독특한 향이나 빛깔을 내기도 했고, 약용을 목적으로 빚기도 했죠. 가전(家傳) 비법(秘法)으로 빚어왔던 독특하고 다양한 술들이 수백 가지에 이를 정도에요. 우리의 전통주는 주정(酒精)에 물과 조미료를 섞어 희석시킨 일반소주나 과실주를 증류시켜 만든 양주류에 비해 인체에 해가 덜해요. 쌀, 누룩, 물을 기본으로 해서 과일, 약재 등을 첨가하여, 술의 폐해를 줄임과 동시에 술 빚기가 다양했다는 게 우리 전통주의 큰 특징이자 장점이죠. 어떤 인공첨가물도 없으니 숙취도 적고!"

멋스럽기까지 했던 미속(美俗)으로서 우리의 고유한 음주문화를 되살려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박록담 소장은 한국전통민속주 연구소를 꾸리게 되었다. 전통 가양주(家釀酒; 집에서 담근 술)의 보존과 전승, 그 대중화 운동을 전개하고자 다양한 술 빚기와 그 비법을 배울 수 있는 공간으로서 전통주 교실(문화센터)을 개설, 운영하고 있고 말이다.

흔히 막걸리는 머리가 아프다든지 트림이 나온다든가 하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데, 사실 우리 전통주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박소장은 강조한다. 양조장에서 만들어진 술 자체가 값싸게 빚는 게 문제고 그곳에서 술 빚는 자체가 일본 사람들이 퍼뜨린 거지 우리 고유의 방법이 아니란 거다. 지금 시중의 대중주들, 소주나 막걸리, 동동주 이런 술들이 곧 '한국의 술맛'이라 착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안타깝다는 박소장이다.
"전통주연구소도 그렇고 '전통주 교실'을 운영하기도 참 힘드네요. 개인의 힘으로는 무리라는 생각을 해요. 정부차원의 지원이 있다면 좋을 텐데, 제대로 된 전통주박물관도 하나 마련되면 좋겠다 싶고, 전통주 교육장도 넓게 마련해서 사람들에게 우리 술의 우수성과 참맛을 널리 퍼뜨려가고 싶은데… 글쎄요, 힘들겠지만 의지가 있으니 가 봐야죠."

우리 전통주의 명맥을 어렵게나마 이어가고 있는 박소장의 '남다르지만 옳은' 소망들이 좀 이뤄지고, 우리 전통주들이 영세성을 벗어나 경쟁력을 갖추어 국내 시장에서 소비가 촉진되고, 힘을 얻어 세계 무대에까지도 진출할 수 있다면 좋겠다. 러시아는 보드카, 영국은 위스키, 독일은 맥주, 멕시코는 데킬라를 자랑하듯 각 국에는 '간판 술'이 있다. 외국의 대표술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나라 방방곡곡의 룸살롱, 단란주점, 카페 등지에서 부지런히 주메뉴로 소비되고 있을 게다. 외래주에 길들여진 우리의 입맛과 정신은 전통주의 참맛도 모른 채 폭탄주까지 마셔댄다. 알 수 없는 '상실감'이 인다.
2001-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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