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불교미술은 1,600여 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요즘에 이르러서도 이를 재창조하고 계승하는 젊은 작가들의 작업이 지속되고 있다
불교미술가 이철승(37)씨도 그들 중 한사람이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을 따라 절을 드나들면서 불화에 대한 관심을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지난 1986년부터 3년 간 한국 탱화 미술의 명인 김의식 선생 아래서 도제 교육으로 불화 그리기를 전수 받았다. 한국에서 유일한 불교미술대전인 한국불교미술대전에서 두 번이나 입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한 이철승 씨가 소개하는 한국불화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인도에서 발생한 불교가 중국을 거쳐 한국에 들어온 것은 서기 372년이다. 한국불화는 초기에는 대체로 중국의 영향이 많았으나 이후 점차 독자적이면서도 독특한 형태로 발전되었다.
‘불화’는 불교신앙 내용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인 만큼 주로 예배 대상이 되는 본존(법당에 모셔진 부처 중 가장 으뜸이 되는 부처)의 그림을 일컫는다. 하지만 넓은 의미로는 불탑이나 불상, 불경 등 불교와 관련 있는 모든 구조물에 사용된 그림이 불화에 포함된다.
불화는 만들어진 형태에 따라 벽화나 탱화 등으로 분류 할 수 있다. 벽화는 불교경전 내용을 벽에 직접 그린 그림이고 탱화는 종이, 비단 또는 베에 그려 벽면에 걸도록 만들어진 그림이다. 그 가운데 탱화가 불화의 주류를 이룬다.
탱화는 한국에서는 사찰에서 어디든 흔히 볼 수 있는 그림이지만 일본이나 중국 등지에서는 찾아 볼 수 없다. 중국이나 일본에서 한국 탱화와 비슷한 불화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 탱화만이 직접적인 신앙대상으로 여겨지고, 또한 불상의 뒷벽에 거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불신의 얼굴모양도 각 나라마다 다른데 오랜 세월을 거쳐오면서 그 나라 민족의 얼굴모양을 많이 닮는다. 대체로 중국의 경우 대륙적 기질에 따른 근엄한 표정이 많고 한국은 얽매이지 않는 분방함과 서정적인 일면을 보이는 온화하고 자비로우며 인상이 많다. 일본의 경우 전반적으로 도안적이고 장식적인 것이 특색이다.
불화 그리기
불화를 그릴 때에는 먼저 옛날부터 내려온 원본을 보며 그와 유사한 밑그림을 그린다. 이때 캠버스 면을 고르게 하기 위해 풀이나 아교 등으로 미세한 막을 씌운다.
다음 단계는 채색. 예전에는 천연재료를 주로 썼으나 지금은 구하기 어려워 화공안료를 쓴다. 선긋기로 구체적인 윤곽을 잡은 다음 세부적인 문양을 다듬는다. 옷주름에 음양을 넣는 단계까지 마무리가 되면 마지막으로 ‘상호’(불신의 얼굴모양)를 그려 완성한다.
불화는 ‘상호’와 선긋기가 가장 중요하다. 상호는 부처의 성격에 맞게 자비롭거나 혹은 근엄한 표정이 제대로 그려야 한다. 제대로 불화를 그리기 위해서는 고도의 수련과 자기연마가 필요하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거의 십여 년을 불화에만 전념해야 하는 경우가 보편적이다.
한국에서 유명한 불화는 경상남도 양산에 위치한 통도 사이 있는 대광명전과 경상북도 김천에 위치한 직지사에 있는 탱화가 유명하며, 굳이 이곳이 아니더라도 조계사(지하철 1호선 종각역 2번 출구) 등 일반 사찰에서도 볼 수 있다.
